여름밤

최종운 | 기사입력 2021/07/07 [18:47]

여름밤

최종운 | 입력 : 2021/07/07 [18:47]

마당 가득 쑥 내음에

극성 모기도 쫓겨난 밤

초저녁 까칠한 멍석 위에

시끌벅적 자리 잡은 시골밥상

수제비에 열무김치가 제철이어라

 

손주 머리 쓰다듬고

부채질해주며 들려주는

할머니의 낡은 유성기가 돌면

깜깜한 밤하늘의 촘촘한 별친구들이

재빨리 찾아와 귀를 쫑긋한다.

 

은하수가 은가루처럼 굽이치고

별똥이 산 너머로 떨어지는 향연

깜빡이는 별들이 손에 잡힐 듯

눈앞에 다가와서 사르르 자장가를 부른다.

 

홑청 덮고 누웠다가

모기 물릴까 봐 흔들어 깨우는

할머니 소리 듣고 눈을 비비면

마당 가에 모깃불도 사그라지고

밤하늘의 별들도 고단한 듯

내일 저녁을 약속이나 한 듯 깊이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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