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읽고 함께 살다

전미경 화성시문화재단 도서관장

편집국 | 기사입력 2020/01/02 [10:33]

같이 읽고 함께 살다

전미경 화성시문화재단 도서관장

편집국 | 입력 : 2020/01/02 [10:33]

 

 

책과 가까이 지내다 보면, 온기가 없는 무생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를 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오래전부터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 눈길을 느낀다든가, 제 몸을 벌떡 일으켜서 어려움에 처한 나를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전해져 온다. 그럴 때면 책은 따스한 피가 흐르는, 살아 있는 벗이 된다.” <책만 보는 바보27쪽 중에서>

 

간서치(看書痴 ; 어딘가 모자라는, 책만 보는 바보)라 불리던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이야기이다. 방에 해가 들어오면 책 읽기를 시작하여 햇살이 옮겨갈 때까지 책을 읽었고, 굶주릴 때, 추울 때, 괴로울 때, 아플 때도 책을 읽으며 견뎠다는 그의 책읽기는 아리기까지 하다.

 

한 독서모임에서 왜 책을 읽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를 돌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내 영혼과 정신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요”“몰입-자기 자신을 만나는 가장 멋진 방법-을 경험하게 되요”<tvN 책의 운명중에서>

 

이는 이덕무가 책을 읽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이렇게 책 읽기는 개인 삶의 정서와 철학을 만들어 내는, 철저히 개인적인 행위이다. 내 자신이 책 속의 그 누군가와 소통하는 그 자체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독서의 가치가 개인에서 함께, ‘소유에서 공유로 변화되고 있다.

 

마을 도서관을 중심으로 독서동아리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형태의 독서모임과 독서클럽이 생겨났다. 그리고 함께 읽고, 쓰고, 토론하는 사회적 관계를 통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는 소가족화, 개인화, 고령화와 같은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자연스런 현상이 아닌가 싶다. 함께 읽고 토론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하고, 생각과 생각이 나누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으로 경험이 확장되고, 사유의 폭이 확대된다. 이것이 공동체 문화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독서 공동체에 참여하는 이들은 삶의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이다. '혼자'를 벗어나 '같이'를 갈망하는 마음도 이로부터 생겨난다.

 

또 다른 삶에 대한 갈망은 '좋은 삶'에 대한 갈망으로 흔히 이어진다. 같이 읽기는 인생에 우애를 불러오고, 공동의 추구를 형성한다.

 

오랫동안 책을 같이 읽는 것은 결국 삶을 함께하는 일이다. 책으로 자신을 바꾸고, 가족을 바꾸고, 지역을 바꾸는 아름다운 혁명을 일으킨다.

 

좋은 삶이란, 혼자서는 도무지 이룰 수가 없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면서 타자의 인정과 수용을 통해서만 간신히 획득되기 때문이다. 독서공동체는 '좋은 삶'의 연습장이다.” <같이 읽고 함께 살다241쪽 중에서>

 

2020년 화성시립도서관은 독서동아리를 확대하고 지원하려 한다.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어색함, 두려움은 접어두어도 좋다. 그저 함께 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같이 읽고 함께 살아가자.

 

*출판인 장은수님의 저서 <같이 읽고 함께 살다>를 차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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