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기획시리즈/마음정원 가꾸기

⑩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온 여인들

편집국 | 기사입력 2025/01/19 [10:06]

심리상담 기획시리즈/마음정원 가꾸기

⑩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온 여인들

편집국 | 입력 : 2025/01/19 [10:06]

▲ 국용환 화성시민대학평생교육원장

 

■ 1년 전부터 누님이 팔순 중반에 치매 중증으로 시들어가고 있다. 19세 어린 나이에 맞은편 마을의 가난한 집안의 무능한 아들과 떠밀리듯 결혼을 했다. 그 시점이 누님의 주름진 인생의 출발인줄 상상도 못한 채, 험난한 시집살이의 길고 긴 한 여인의 인생 여정이 시작되었다.

 

67년간의 힘들었던 아픈 시집살이 기억을 과거사에 묻어버리려는 듯, 남은 인생의 끝부분을 어린아이가 되어 하루하루의 시간을 접어가고 있다. 이것이 수백 년간 운명이라 여기며 살아온 여인들의 인생역정이리라.

 

■ 우리 사회의 주변에는 효부상을 받을 만한 여성들이 즐비하게 많다. 철없는 어린 나이에 일찍 결혼하여 며느리요 아내요 엄마라는 힘들고 지친 운명을 아픈 줄 모른 채 숙명으로 받아 견디며 살아왔다.

 

시부모와 가족들은 등에 짊어지고, 남편과 자식들은 가슴에 안고, 책임감 하나로 인생을 떠밀리듯 살아온 보상 없는 희생의 삶이었다. 수백 년 동안 국가와 가문의 잘못된 문화와 가풍의 무책임 속에, 외면된 뒤안길에서 가난과 더불어 그렇게 살았다.

 

오래전에 이름도 없이 개똥이 엄마로 부모로 누이로 살다가 소리 없이 쓰러져 갔다. 현대에 와서 겨우 여성의 인권 문제로만 접근해야 하는 비인격적인 껍데기 문화와 환경 속에서 아직도 여성은 희생적이고 심리적 위로도 없이 삶을 견뎌야 하는 여생의 그림자는 길어 만 보인다.

 

■ 절대 헌신과 희생은 가치혼돈이 되었고, 자신의 행복을 외면한 채 억누르고 감내하며 또 그렇게 소비되며 살아온 삶은, 깊은 가슴 한구석에 남은 먹먹한 아픈 기억과, 상처와 한을 처리하거나 해결해줄 아무런 장치도 능력조차도 없었다.

 

삶의 극심한 갈등을 겪는 여성들의 심리를 상담하노라면 대개 엄마요 아내로의 아픔과 억울함을 눈물로 표현하거나, 깊은 체념으로 주어진 조건을 수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중에 자신보다 자식에 대한 막중한 책임은 어깨를 돌덩이처럼 짓누르고, 희생을 강요받으며 살아간다.

 

현재 환경을 불가항력으로 치부하거나, 아니면 조건에 걸려 넘어지거나, 자포자기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나름의 삶을 운명에 맡기듯 자신만의 결과를 만들며 살아간다. 이런 인생에 가치와 후회 없는 삶의 방법이나 내용은 과연 없는 것일까?

 

■ 벅찬 삶의 짐을 진 채 의지하고픈 남편마저 경쟁사회 속에서 나름의 직장과 돈벌이에 힘들고 지쳐 고난을 호소하고, 피차 위로보다 오히려 크고 작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훈련된 무기력이 지속되기도 하고, ‘착순이 의식의 삶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 채, 예측된 미래도 없이, 포기상태로 견딤이 전부인 것 같다.

 

효부상으로도 보상되지 못하는 아픈 인생이, 자녀들의 효도라는 의무와 위안을 은연중 바라는 현실성 없는 보상심리에 매달리다 실망과 좌절을 맛보거나, 노후대책에 매달린 채 인생을 소비하다 마감하기도 한다. 더 높은 삶의 가치와 목표와 방법을 찾아내지도 못한 채, 행복은 그저 하나의 안개 같은 것일 뿐이었다.

 

■ 유태계 정신분석학자 빅톨 E 프랭클(Victor E Frankl)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깊은 교훈으로 남겼다. 유태인이란 이유만으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갇혔고, 최후에 죽음을 뚫고 살아남는다. 그는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난 후, 자신의 체험에서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다.

 

정신적치료이론(精神的治療理論)을 창조적이론(獨創的理論)으로 발전시켰다. 그 방법을 의미요법(Logo therapy)이라 부른다. 이 요법은 정신적 고뇌와 질환의 사람들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쳐 준다. 살아가야 할 이유와, 삶의 방향을 터득하도록 일깨워 주면 치료가 된다. 고통당했던 당시의 경험이 기초가 된 의미요법’ ‘실존분석이 상담의 기법으로 창안된다.

 

수용소 포로로 직접적 체험을 통해 인간은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의미추구로 살아남을 수 있고, 인간 고유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인간 이해를 근거로 정신요법에 새로운 이론을 제기하였다.

 

니체의 말도 인용했다. ‘사는 이유를 가진 사람은 어떠한 삶도 견딜 수 있다(He who has a why to live for can bear almost any how)나 자신도 삶에서 의미를 찾고삶에 의미를 부여할 때어떤 경우에도, 고통과 삶과 죽음까지도 운명에 맡기지 않는 창조적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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