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청설모

⓵이별이 덧입혀 준 행복

최병우 | 기사입력 2026/02/06 [09:35]

노인과 청설모

⓵이별이 덧입혀 준 행복

최병우 | 입력 : 2026/02/06 [09:35]

▲ 최병우 시니어기자

 

배우기는 쉬워도 끊기 어려운 것은 도박, 약물, 게임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이 용어 뒤에는 중독이라는 말이 붙어 다닌다. 그런데 이런 것들 못지않게 끊기 어려운 것이 있으니 그것은 담배다. 흡연은 예의에 벗어난 행동만 하지 않으면 큰 허물이 되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마치 성인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 흡연이었다.

 

나는 군에 입대하기 약 5개월 전에 담배와 인연을 맺었다. 담배와 인연을 맺게 한 중매쟁이는 한 살 더 많은 동네 선배로서 당시 그는 공군 부사관 이었는데 마침 휴가 중이었다.

 

그는 나를 만나자마자 군대 이야기로 열을 올렸다. 그리더니 공연의 막간처럼 말을 멈추고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내 지포 라이터를 찰칵 눌러 불을 붙이곤 크게 빨아 당겼다. 순간 그의 입과 코에서는 시골집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저녁연기처럼 낭만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 흘러가는 듯했다.

 

선배는 내게 한 개비를 건넸다. 어쩔 줄 모르는 내게 군에 가면 어차피 배울 것이니, 지금 배워 두라, 만약 담배를 안 피우면 네 몫으로 나오는 담배를 남에게 줘야 한다.”하며 선택을 강권했다. 나는 무엇에라도 홀린 양 어설픈 사양의 꼬리를 내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곧바로 선배를 따라 흉내를 내었다. 그의 방법론에 따라 담배 연기를 한 모금 쭉 빨아 입으로 내뿜었다. 이어서 코로 연기를 내는 방법까지 연습에 들어갔다. 이후 몇 달 동안 연습 끝에 흡연의 기본기를 나름대로 소화하게 되었다.

 

그 후 흡연의 유혹은 부친의 사물함까지 손을 대게 했다. 담뱃갑을 몰래 뜯어 한 개비를 꺼내고 입구를 다시 밥풀로 살짝 붙이곤 하였다. 완전범죄인 줄 알았는데 부친께서 알고도 모르는 체하셨다는 이야기를 후일 어머니에게 듣고 쑥스러웠다.

 

군에 입대해서 나의 흡연은 꽃을 피웠고 제대 후엔 어엿한 애연가가 되어버렸다. 이때가 흡연 인생의 출발과 여명기였다. 호흡기의 시련은 물론이고 폐에 엄청난 압박과 위협을 가하는 나날이 시작되었음은 물론이다. 타당성이나 논리도 불충분한 선배의 말에 무너져 버린 내 미래는 이미 그만큼의 손해를 예약한 것이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