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청설모

③이별이 덧입혀 준 행복

최병우 | 기사입력 2026/03/10 [14:26]

노인과 청설모

③이별이 덧입혀 준 행복

최병우 | 입력 : 2026/03/10 [14:26]

▲ 최병우 시니어기자

 

나는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금연부터 실행에 옮길 작정을 했다. 쉽지는 않았다. 담배 끊기가 그렇게 쉬우면 누군들 못하랴. 나의 의도와 관계없이 사흘이나 몇 개월 주기로 실패를 반복했다. 가족의 건강을 찾고 불행을 예방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그 귀한 나의 신념이 무너질 것만 같았고 포기하고도 싶었다.

 

그러나 나는 처칠이 모교 졸업식 축사에서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말만 세 번 반복하였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남자는 결단한 일을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결기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 어느 여성의 강연에 나는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금연이란 굴레에 묶여버렸다.

 

그러다 보니 세월은 내 편이 되었고 끝내 험산 준령을 넘어 금연 성공이라는 정상에 승리의 깃발을 꽂게 되었다. 멋모르고 가깝게 지낸 담배 연기 친구들과 영원한 이별을 하였다.

 

생각해보니 금연이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부동의 의지로 이루어낸 힘의 원천은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금연 후 수십 년이 지나 지금은 벌써 십 수 년 전에 경로 우대증을 받았지만, 매우 건강하다. 다 아내의 덕이다. 좋은 아내, 착하고 성실한 자녀들과 며느리들, 귀여운 손자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나는 참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다.

 

내가 아내에게 말하였다. “여보, 이제 내가 먼저 가고 당신 혼자 살아도 과부라고 업신여길 사람은 없을 테니 안심해요.” “싱겁기는, 그래도 시대가 바뀌었으니 좀 더 살아야 해요.”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아내의 반응이 여름날 툇마루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처럼 온몸을 행복하게 휘감고 지난다.

 

앞뒤 생각하지 않고 배워서 쓸데없이 멋 부리며, 생명을 태웠던 담배와의 이별이 곧 나와 가족의 행복을 덧입혀 준 것이다. 아내는 요즘도 하루 세끼는 물론 보양식을 열심히 만들어 식탁에 진설한다. 오늘은 우유에 유산균을 넣어 발효시킨 떠먹는 요구르트를 만들어 권한다.

 

요구르트를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니 오묘하고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이것이 행복의 맛이런가. 아파트 창으로 내다보이는 방울산의 나무들이 오늘 아침에는 유난히 힘차게 일어서서 즐거이 노래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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