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기획시리즈/마음정원 가꾸기

34) 아름다운 이별은 존재 의미가 다르다.

편집국 | 기사입력 2026/04/07 [21:30]

심리상담 기획시리즈/마음정원 가꾸기

34) 아름다운 이별은 존재 의미가 다르다.

편집국 | 입력 : 2026/04/07 [21:30]

▲ 국용환 화성시민대학평생교육원장

 

병원에 입원해서 위급한 투병을 마치고 귀가했다. 길고 힘들었던 병마와의 투쟁을 끊어내고 승리를 선언하는 시간은 아주 상쾌하고 간만에 홀가분했다. 질병과의 결별이 이처럼 후련할 줄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한편 그 녀석은 노년에 다시 찾아와 세상을 하직할 때까지 떠나지 않고 동거하기 위해 들어오겠고, 원치도 않는 공생이 계속된다고 생각하면 인생이 씁쓸하고 어두워진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별은 의미도 있고 행복도 아픔도 있는 다른 차원이다. 인생 여정에서 사람과 만남의 길목엔 사랑의 아름다움, 이별의 아픔과 슬픔의 감성이 뒤엉켜 치열한 정서적 투쟁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른 아침, 50년 절친의 소천 소식이 전해왔다. 몇 개월간의 투병 중에 전화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으나, 병문안을 사양하여 얼굴을 대하지 못한 채 소천 통보를 받으니 눈물이 쏟아졌다. 못 만난 후회가 많았으나 친구의 깊은 마음이 이해되면서 더 깊은 여운이 남게 되었다.

 

투병하면서 초췌한 몰골을 절친에게 보여주기 싫다고, 건강 회복된 때 만나자는 말로 자연스레 거절하는 우정을 남긴 채, 이 땅에서는 다시 보지 못할 얼굴을, 건강하고 젊은 미소와 함께 남긴 채 손을 흔들며 떠나갔다.

 

50여 년의 우정이, 오래 묵은 세월만큼이나 두터워 눈물이 난다. 떠나고 나니 새삼 더 보고 싶고 그리워진다. 투병에 시달리며 더욱 초라해진다던 친구가 남긴 말이 머지않아 내가 할 말도 되겠기에 더욱 진하게 남는다.

 

오랜 시간 사람이 지닌 사랑의 감정을 연구해온 심리학자들은, 사랑의 유효기간이 짧으면 6개월, 길면 30개월이라고 한다. 남녀 간의 뜨거운 사랑과 열정으로 발생 되었던 호르몬은 30개월 이내에 수명을 다한다.

 

상대방을 향한 고귀함이나 환상은 서서히 부서지고, 이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상대 역시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헤어짐의 서운함과 아픔도 그리움도 3년여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흐려지고 정서에서 연해지게 된다.

 

때문에 사랑의 온기가 3년을 넘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친밀함과 책임감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동반자적인 사랑이라고 명명하고 서로에게 친밀함과 책임이 있을 때, 두 사람의 관계가 지속성을 유지한다고 한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좋은 관계 실현을 목적으로 할 때, 그리고 누군가에게 의미와 가치를 남겨주고, 수많은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놓고 떠날 때, 오래도록 행복한 기억을 하고 그리워하는 존재가 된다.

 

한 기업에서 사내 기혼 남성들과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사람 100명을 대상으로 삶 속에서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인지를 묻는 설문을 했다. 그 결과 1위 응답률을 보인 것은 배우자나 애인으로부터 인정받을 때였다. 자신의 배우자나 애인으로부터 칭찬받고 인정받는 것이 다른 많은 사람의 인정과 칭찬보다 훨씬 효능이 뛰어났다.

 

미숙한 사랑과 성숙한 사랑의 차이는 가치관부터 달라진다. 정신 분석학자이며 사회학자인 에릭 프롬 (1900~1980)은 그 차이를 이렇게 구분한다. "내가 사랑받고 있기에 나도 사랑한다는 논리를 따르는 것이 미숙한 사랑이다. 그러나 성숙한 사랑은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에 나도 사랑을 받는다"는 논리를 따른다. 미숙한 사랑은 "당신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성숙한 사랑은 "당신을 사랑한다. 그러므로 당신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